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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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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09:06:58, Hi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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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은 3월 8일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소득보장법안’에 유감을 표시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 의원이 내놓은 ‘장애인소득보장법안’이 사실상 ‘장애인 수당’ 지급안으로써, 자칫하면 정 의원이 중증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연금제도 도입 자체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 의원은 이 성명에서 장 의원의 법안은 장애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전혀 되지 않으면서 장애인연금법 도입 자체를 요원하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두 의원이 각자 준비한 법안은 다른 보장방식을 선택했을뿐 ‘장애인 소득보장안’이라는 맥락에서는 같다. 장 의원이 “장애인에게 추가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현실적인 소득을 보장한 후, 장기적으로 보다 발전적인 장애인 소득보장체계를 수립하겠다”는 뜻을 가졌다면, 정 의원이 공대위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연금법’은 ‘연금제도’를 도입, 처음부터 장애인 기초연금제 토대를 마련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러다보니 첫해 예산액도 ‘중증장애인연금법’ 8000억, ‘장애인소득보장법’은 3800억원으로 각기 다르게 잡혀 있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 힘을 합쳐도 쉬운 일이 아닌데 비슷한 법안을 각자 준비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라며 “장애인계의 분열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두 의원측은 “함께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각자 정치적 입장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 이 같이 같은 목적의 법안이 각기 다른 의원들에게서 발의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의견과 목표가 달라 부득이하게 각자 진행하는 것이 아닌 ‘글자 몇 개 추가된 것에 불과한’ 유사법안이 남발되는 경우다. 같은 소속당이라도 ‘경쟁적’…통합법안 어렵다? 지난해 12월 경실련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법안남발을 지적하는 성명을 냈다. 2005년에 의원입법 발의안 1709건 중 가결된 법안은 단 4.2%에 그쳤고, 발의된 법안의 50% 이상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조차 상정되지 않았다는 것. 이는 의원 1명이 평균 5.7건의 법안을 발의하고, 0.24건이 평균가결됐다는 결과다. 경실련은 “낮은 가결률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으나 발의 법안 대부분이 소관 상임위조차 상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건수채우기식 법안발의 남발’”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국회의원도 “제대로 된 법률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한데, 너무 쉽게 법률을 입법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 말했다. 사회복지분야 상황도 비슷하다. 17대 국회 들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수는 276건. 이 중 215건이 상임위원회에서 계류중이고, 9.4%인 26건만 가결됐다. 그나마 원안이 가결된 경우는 단 2건. 2004년에 통과된 ‘식품위생법중개정법률안’의 경우 2004년 6월부터 12월까지 8개 개정법안이 발의됐으며, 한 의원은 일 주일에 2개의 개정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2004년 6월 불거졌던 ‘불량 만두’ 파동에 발맞춰 ‘식품 품질검사 및 위해식품 판매자 벌칙 규정 강화’ 입법을 주장했던 이들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원장이 발의하는 대안법안으로 통합됐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05년 3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21명의 의원들이 각각 발의했고 이 중 단 한 건만 수정가결됐을 뿐 나머지는 폐기되거나 여전히 계류중이다. 3일 간격을 두고 같은 당 국회의원 2명이 내놓은 두 건의 개정안도 눈에 띈다. 건강보험재정을 국가 통합재정의 범위에 포함시킨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이 두 법안의 차이점은 ‘기금위원회 설치’ 여부. 이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똑같다. 너도나도 욕심내다보니 상임위서 허송세월 한 입법 조사관은 “내용이 비슷하거나 같은 법안이 제출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이러다보니 대부분 폐기처분되거나 대표법안에 흡수처리되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원들간 사전 조율을 통해 보다 신중한 법안 발의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라고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같은 당이라고 해서 다른 의원들이 어떤 법을 만드는지는 알 수 없다”며 “공동발의를 위해 법안을 회람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자신이 대표 발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쉽게 통합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안 가결까지 시일도 오래 걸린다. 2004년 12월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은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계류중이다. 공 의원이 발의한 법률 내용은 성폭력 피해자 조사시 여성 수사관 혹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시켜야 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해 인권·여성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오고 있는 사항이다. 공 의원 측은 “이번 회기 안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비슷한 내용의 법률들이 계속 발의되다보니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통합을 위해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출된 법안은 이미 의원의 손을 떠난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늦어진다고 해서 의원이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아쉬워했다. 국가재정 고려없이 ‘일단 내고보자’ 추세 의원들의 ‘내고보자식 법안’은 재정적 부문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상당수 법안들이 국가 재정운용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소요비용을 산정하지 못하고, 법안 준비 및 심의 단계에서 비용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해 발의된 ‘둘째 이후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을 내용으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시행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2011년까지 38조 7937억원. 그러나 정부의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2011년까지의 재정 투입액은 7조 6806억이다. 즉 정부 계획보다 5배나 많은 비용을 예산액으로 책정한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의원들이 제출한 재정수반법률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법률 1건당 연간 1804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데, 이는 정부 재정예산액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의원들이 정부와 긴밀한 협의없이 법안을 발의해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법안 심리과정에서 소요비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국가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회 상임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법안 심사과정에서 소요비용을 심도있게 토론하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 관계자들은 “의원들의 본분은 입법 활동이고, 활발한 의정 활동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실적만을 쌓기 위한 법 만들기는 결국 나라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하며, “보다 신중하고 효과적인 법 만들기를 위해 의원들이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복지타임즈 김민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