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의 형태를 띠고 있고 시장의 논리대로 돈을 벌고 성장하는 것이 그 형태이지만, 해당 활동에 주요한 목표 중에 분명하게 사회문제 해결이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ESG가 주로 대기업이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발생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관리하여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것과 다르게 임팩트 비즈니스의 목적은 사회문제 해결에 좀 더 방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는 ESG의 좋은 사례로 이야기될 때가 많지만 사실은 임팩트 비즈니스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파타고니아가 일찍부터 친환경 아웃도어 패션을 주도했다는 점이나, “우리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캠페인으로 인지도와 고객충성도를 높이며 성공적인 브랜드가 되었다는 점 등에서 ESG를 고려하는 많은 기업이 배워야 할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맥락에서만 생각한다면, 아웃도어 패션 회사가 갑자기 저탄소 맥주를 출시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저 신사업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고유자원에 기반을 둔 시도라고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지 않을까요? 심지어 최근 창업주 이본 쉬나드와 가족은 회사 지분 100%를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단과 비영리기구에 기부했습니다.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파타고니아 퍼포스 트러스트’ 재단에,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홀드퍼스트 컬렉티브’ 비영리기구에 넘겼는데,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4조 원이 넘는 기업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 기부한 이유는 수익실현보다 장기적 가치와 환경 보호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ESG를 정의한다면 파타고니아를 좋은 ESG라고 하는 설명이 정의적으로 전혀 적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월마트의 기가톤 프로젝트는 좋은 ESG이지 뛰어난 임팩트 비즈니스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기가톤 프로젝트는 2017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와 협력을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10억 미터톤, 즉 1기가톤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모든 과정을 최적화하고 폐기물을 절감하기 위해 협력사들과 가치사슬의 효율성을 혁신했습니다. 필요한 용기나 프로세스를 위해서 과감히 투자를 집행하고 미국과 캐나다의 장거리 트럭을 모두 전기차로 변경하는 노력 등 과감한 도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까지 목표치의 75% 감축 목표를 달성하여 실행에서의 실제적 성과도 뛰어납니다. 이렇게 위대한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월마트라는 기업의 전체적인 경영 목적이 ‘사회문제해결’이라는 관점으로 재정립되거나 그에 맞는 본질적 변화를 시작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점차 증가하는 폐기물 및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압력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ESG 경영의 일환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듯 합니다.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에서 ESG를 바라보는 두 관점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보면, 당연히 목적과 그에 따른 시도의 맥락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결국 임팩트 비즈니스이건 ESG 경영의 범주이건 위대한 사업은 사회적 가치가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치환되도록 설계하고 실행한다는 명확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업의 여러 고유자산과 자원을 가지고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당연히 경영의 역할이었고, 자원을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은 비영리 혹은 정부의 역할이었는데, 이제는 사회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사업을 잘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과 사회공헌의 범주에서 또한 ESG 트렌드를 바라보아야 할 두 가지의 관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의 입장에서 ESG 경영이 확산되는 방향성이 결국 오랜 기간 갈등관계로 여겨졌던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가 통합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ESG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배경 자체가 UN의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이 세상이 변하려면 기업이 바뀌어야 하고 기업이 바뀌려면 그 주주인 투자자들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 세계의 유명 투자조직의 총수들에게 투자할 때 비재무적 정보들을 통합하여 고려할 것을 제안하며 생겼습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사회가 전반적으로 변화되는 과정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시장의 단점이 보완되고 기업이 하나의 주체로 올바르게 역할 하기 시작하는 수정된 관점이 이런 형태로 드러나고, 이에 맞는 정책과 규제와 문화가 이제 세워지는 즈음이기에 이런 요청들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둘째는 ESG 트렌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ESG 경영이 이야기하는 목적성 자체가 사회의 변화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게 변화되길 기대하고 이에 민감해진 사회, 그리고 그 사회에 속한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체로서의 기업이 그런 이해관계자들의 민감성에 대응하는 하나의 비즈니스 시스템적 방안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혁신가라면 더욱 주체적으로 이런 흐름을 주시하며, 충분히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좋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동력으로서 ESG에 가치를 부여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ESG 경영에 포함되고 연결될 수 있는 주제라면 좀 더 큰 범주에서 더 적극적인 비즈니스 자체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훨씬 더 확산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령 손가락이 바뀌더라도 그 가리키는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

 

물론 ESG라는 개념 자체는 곧 또 힘을 잃을지 모릅니다. ESG도 하나의 트렌드처럼 지나갈 만한 요인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너무 많은 워싱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네덜란드 같은 북유럽의 선진 국가에서도 본래의 환경 관련 지침들을 그대로 지키기 힘들다는 발표가 나오고 있는 점, 기업들이 당장의 생존을 위한 싸움의 민감성을 극도로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등은 ESG에 대한 불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다소 지연되거나 혹은 아예 ESG라는 단어 대신 다른 개념이 그 자리를 차지할지 모른다는 추측도 충분히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ESG라는 손가락이 바뀌더라도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었던 방향성은 바뀌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역적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단어의 호칭은 바뀔지라도 사회적 가치가 비즈니스와 내밀히 통합되는 과정이 취소되어 과거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규제와 정책과 사람들의 익숙함과 그들의 축적되는 지식 그리고 실제로 매년 심각해지는 사회와 환경 관련 문제가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흐름이 지속되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바탕으로, 어떻게 임팩트 비즈니스의 본질인 사회적 가치가 비즈니스 경쟁력이 되도록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실천하며 좋은 사례들을 확산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우리를 향해 요구하는 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