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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포커스 리뷰 Vol.24- ESG 공시기준 동향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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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기준 동향과 시사점
고문현
한국ESG학회 회장, 숭실대학교 교수

서론

 

2023년 6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IFRS S1(일반 요구사항) 및 IFRS S2(기후 관련 공시)로 구성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확정하였다. 동시에,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2023년 7월을 기준으로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초안의 일부를 확정하였다. 우리 정부는 글로벌 ESG 공시 추세에 맞추어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2023년 10월 16일 ‘ESG 금융추진단 제3차 회의’를 열고,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려던 계획을 주요 국가의 ESG 공시 일정을 고려하여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하였다. 이는 ESG 공시를 위한 기업들의 부족한 인력, 인프라, 그리고 명확한 기준 등을 고려한 결과로 이해된다. 

 

 

ESG 경영의 당위성 

 

기업의 ESG 경영은 자금 흐름 및 투자 유치 가능성과 연관된다. 그린 뉴딜정책으로 인해 자금이 녹색 산업으로 유도되고 있어, 기업에게 ESG 경영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필수적 고려 사항이다. 또한 기업평가의 잣대 역시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와 연관된 비재무적 성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를 금융 투자기관들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ESG  투자가 활성화됐던 2021년에는 ESG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ESG 펀드의 설정액이 1조 485억 원을 기록, ESG 금융은 531조 원을 달성하였으며, 독일 도이체방크는 2030년 기준 전 세계 ESG 투자 자산이 130조 달러(15경 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더 나아가 EU와 미국 등의 자국산업보호를 위한 ESG의 규범화 경향에 따라 ESG 경영은 기업의 중장기적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EU에서는 국가 차원의 탄소규제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도입[시범도입(2023)과 본격도입(2026)], EU 소재 금융기관이 투자 또는 금융 상품을 판매할 때 그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어떠한 고려를 하는지, 해당 투자가 환경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RD,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2021.3), EU 소재 중소/대기업들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한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2023.1), 유럽 지역에서 거래되는 모든 종류의 배터리의 디자인, 생산, 폐기 등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에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주요 원료의 재활용 의무를 규정한 EU ‘지속가능한 배터리법’(2023.6), EU에서 활동하는 역내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에 공급망 내의 인권 및 환경보호와 관련된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고, 피해구제절차 등을 포함한 실사의무를 부과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2022.2) 등이 있다. EU 주요 각국에서는 네덜란드의 아동노동실사법(2019), 노르웨이의 투명성법(2021), 독일의 공급망실사법(2023) 등의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 역시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와 파리협약에 재가입하고, 환경고려 공급망리스크 평가체계구축(2021.1), 반도체배터리 등의 공급망리스크 평가(2021.2), 근로자 단체협약/교섭권한 보호(2021.4), 근로자 다양성(D), 형평성(E) 및 포용성(I) 증진계획수립(2021.6), 인플레이션감축법(IRA, 2022.8) 등이 있다. 따라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증대와 EU 및 미국의 ‘ESG 동맹’에 따른 ESG 규범화 경향에 대비하기 위하여 기업의 ESG 경영은 필수적이다.

 

 

국내외 ESG 공시기준 동향

 

ESG 경영이 중시되는 추세에 있고, 기업에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를 비롯하여 투자를 하는 투자자, 거래를 하는 당사자, 회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기업의 재무제표 외에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에 대한 공시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ESG의 대두와 함께 관련 공시의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EU는 2017년부터 전 세계 최초로 기업의 ‘비재무 정보 공개의무화 지침’인 NFRD(Non Financial Reporting Directive)를 시행하였다. NFRD는 직원 500명 이상의 대규모 상장 기업과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권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보의 공시 의무화가 그 핵심적 내용이다. 그 이후 EU는 ‘비재무’라는 용어가 “ESG는 사업적, 재무적 의의를 가지지 못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ESG에 관한 보고가 재무보고와 대등한 중요성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NFRD의 명칭을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2023.1)으로 변경하였다. EU는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 European Financial Reporting Advisory Group)을 EU ESG 공식기준 제정 기관으로 지정하였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내부에 지속가능성 기준 제정 기구인 지속가능성보고위원회(SRB)를 설치하여,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에 활용할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초안을 발표하고(2022.5), 그 후 수정을 거쳐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이 EU 의회와 이사회와 승인을 얻어(2022.11.28.) 발효되었다(2023.1.5.). 그 구체적인 공시기준인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이 확정되어(2023.7.31.), 공시기업의 자체적인 중대성 평가를 통해 공시 항목과 내용을 기업이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였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마찬가지로 이중중대성 개념을 채택한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기준은 일반 원칙과 기후공시 기준만 제시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과 달리 일반원칙에서 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걸쳐 ESG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12개 분야의 공시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요구사항을 담은 ESRS1과 필수 공시 항목이 담긴 ESRS2를 제외한 다른 10개의 기준은 공시기업이 자체적인 중대성 평가를 거쳐 공개해야 할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하는 정보만 공개하고, 사업모델이나 경영활동과 무관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정보는 공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EU에 진출한 기업들의 ESG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였다. EU 집행위원회 위임을 받은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CSRD가 규정한 지속가능성 공시지침을 구체화한 ESRS 초안을 공개, 최종안을 확정 발표(2023. 7. 31.)하는 등 ESG 공시규율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더 나아가 EU는 EU 택소노미(Taxonomy)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 기업이 택소노미 활동에서 발생한 수익, 지출, 운영비를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고, 추후 그 비율도 함께 공시할 예정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IFRS5) S1(일반 요구사항) 및 S2」(기후 관련 공시)로 구성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확정하였다(2023. 6. 26.).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리스크의 영향이 사업 모델, 전략, 전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시, 거버넌스 공시, 리스크 매니지먼트 공시, 온실가스 배출량 매트릭스 공시 등에 대한 상장기업의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Climate Disclosure Rule)’ 초안을 발표하였다(2023. 3.). 이 초안에는 기후변화가 재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기업이 이를 완화하기 위해 어떠한 지출을 했는지에 관한 재무정보도 공시하도록 하였는데, 이러한 점에서 EU의 택소노미 공시와 유사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4분기에 기후공시 기준 확정을 목표로 준비하여 왔으나 공시기준 적용시기와 방식을 둘러싸고 결론이 나지 않아 당초 목표 기한이 지난 2024년 1월 현재까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과 GRI가 채택한 ‘이중중대성’은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정보뿐 아니라 기업이 환경과 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시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반면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준은 투자자 관점에서 중대한 정보만 공시하도록 하는 ‘금융중대성’ 또는 ‘단일중대성’을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금융선진국이 ESG 공시에 대하여 제도화를 준비하자 일본, 캐나다, 호주, 홍콩, 뉴질랜드 등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개발하기 위한 위원회를 발족하여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ESG 정보공시는 ①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의 10가지 핵심원칙 기반으로 공시하는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 공시, ②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의 권고지표 기반으로 연1회 이상 공시하는 한국거래소 ESG 정보공시, ③ 에너지, 환경사고, 법규위반, 폐기물, 용수, 녹색경영 등을 환경정보공개검증시스템에 등록하는 환경부 환경정보공시, ④ 정보보호 투자, 전문인력, 인증현황, 정보보호활동에 대한 공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공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내 ESG 공시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에, 2030년 이후에는 전 코스피 상장사에 위와 유사한 내용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의무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금융위원회는 2023년 10월 16일 ‘ESG 금융추진단 제3차 회의’를 열고,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려던 계획을 주요 국가의 ESG 공시 일정과 ESG 공시를 위한 기업들의 부족한 인력 등을 고려하여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하였다. 
 
 
결론  
 
국내 ESG 공시제도 도입은 전 세계적 변화에 따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자, 국내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자금 및 투자 유치를 원활하게 하는 장치이다. 따라서 국내 ESG 공시제도 도입은 ESG 경영을 필연적으로 필요로 하는 국내 기업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오늘날 글로벌 자본시장은 기후테크 등 ESG 관련 비즈니스의 무형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상당한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Rivian)이 2021년 IPO에서 미국 증권거래소 역사상 여섯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리비안은 2009년 설립 이후 차량 인도 실적이 156대 정도밖에 없는 작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11월 IPO 이후 주가가 급등하여 포드와 GM을 제치고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가치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ESG 시대에 보이지 않는 무형 가치 및 비재무정보는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재무정보가 되고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리스크와 기회 요인에 대한 설명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유형·무형의 정보공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어서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가 EU와 미국의 ‘ESG 동맹’에 따른 무역장벽에 지혜롭게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공시제도를 완벽하게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고 강조한 바와 같이 ESG 정보공시는 결국 ESG 평가를 위해 필수적 선결요건 임을 명심하고, 금융위원회에서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공시와 평가를 통한 문제개선의 순기능이 더 크다고 판단되므로 가능한 한 빨리 공시가 이루어지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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